낯가림 하지 않기

좋은 생각 2013년 4월 8일 7시 45분 By ucandoit
 대학교 1학년 때,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수업 마지막 과제는 2인1조로 리포트를 준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직접 과제 파트너를 정해주셨기에, 저는 혹시 예쁜 여학생과 한 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교실 안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클래스 내에서 가장 못생기고 지저분한 - 사실은 지저분할 것 같은 - 여학생이 제 파트너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날 때까지 연락도 하지 않고 수업에서도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 다녔습니다. 그 학생도 저의 이런 행동을 느끼고 섣불리 다가오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결국 기말 과제는 제출할 수 없었고, 학점도 그만큼 낮게 나왔습니다.

 그 후 저는 이런 저런 공동체 훈련을 통해 관계에 있어 좀 더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학년 1학기를 시작할 무렵에는, "나에게 주어지는 그 어떤 관계에 있어서도 뒷걸음질 치지 말자"라는 다짐으로 새로운 클래스메이트, 룸메이트들을 대하려 노력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최고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3학년이었던 1999년의 하루하루를 회상하며 행복을 느낍니다. 그때 만난 선후배들과의 추억은 지금도 저에게 자존감과 안정감을 복돋아 줍니다. 아내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1999년 9월 9일은 제 평생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습니다. 1999년을 함께 보낸 과동기들과는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일년에 한 번 이상은 꼭 함께 모여 안부를 확인합니다.

손내밀기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게 이득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만 호감을 느끼고 친분을 쌓으려 합니다. 나의 위상을 높여 주고 때로는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을 법 한 사람, 함께 있으면 즐겁고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는 마음은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방식의 관계 형성은 결국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벗어나지 못하는 닫힌 관계에 머무르고 말 것입니다. 인간 관계에서의 강한 시너지는 주로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취향 따라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찌보면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실제로 나와 다른, 이상한, 때로은 저급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기대하지 못했던 다이아몬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3년 4월 8일 7시 45분 2013년 4월 8일 7시 45분